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 중 하나인 ‘타임 매거진’에서 선정한 2025년 최고의 영화 10편을 소개합니다. 해당 리스트는 ‘타임 매거진’의 영화 비평가 ‘스테파니 자카렉 (Stephanie Zacharek)’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한 해를 빛낸 영화들과 비평가의 코멘트를 지금 바로 아래 리스트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1. 누벨바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순수한 애정에서 출발한 베테랑 인디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장뤽 고다르의 초기 걸작 ‘네 멋대로 해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되짚는다. 배경은 1960년 파리. 고다르(매력적인 신예 기욤 마르벡이 연기)는 한 미국 배우(훌륭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조이 도이치), 그리고 거칠지만 매력적인 프랑스 복서(유연하고 관능적인 오브리 들랭)와 함께 거리로 나선다. 목적은 단 하나, 게릴라 영화 제작이라는 숭고한 한 방을 완성하는 것.
‘네 멋대로 해라’는 영화사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누벨바그’는 그 작품에 바치는 궁극의 오마주로, 아름다움과 기쁨, 그리고 우리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예술의 힘 편에 서 있는 영화다.
2. 장교와 스파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오늘날 가장 논쟁적이면서도 많은 비판을 받는 감독 가운데 한 명이며, 동시에 뛰어난 영화감독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베니스에서 2019년 처음 공개됐지만 올해에서야 미국에 정식 개봉한 그의 드레퓌스 사건 재구성 영화에서, 장 뒤르댕은 유대인 장교 알프레드 드레퓌스(루이 가렐)가 스파이 혐의로 억울하게 체포된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싸웠던 정보장교 마리-조르주 피카르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가장 소중하게 여겨온 시민적·도덕적 가치가 위협받는 지금 같은 시대에는, 열린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3. 블루 문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
한 해에 훌륭한 작품을 두 편이나 선보일 수 있는 감독은 많지 않다. 그러나 늘 과시 없이 영화를 빚어내는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에단 호크는 작곡가 리처드 로저스(앤드류 스콧)와 한때 짝을 이뤘던 작사가 로렌츠 하트 역으로 올해 최고의 연기 중 하나를 선보인다.
‘블루 문의 시간적 배경은 단 하룻밤. 로저스가 새로운 파트너 오스카 해머스타인과 함께 만든 ‘오클라호마!’가 거대한 성공을 거둔 직후, 하트는 친구이자 동료였던 로저스가 이미 자신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재치 있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옅은 우수가 깃든 이 영화는 20세기 최고의 작사가 가운데 한 명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4. 센티멘탈 밸류
요아킴 트리에 감독
사랑, 죽음, 부동산. 이 세 단어는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지닌 혼란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설명한다. 덴마크-노르웨이 감독 요아힘 트리에는 이 모든 풍경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배우 레나테 레인스베와 잉가 입스도테르 릴레오스는 오랜 세월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널찍하면서도 아늑한 집에서 함께 자라난 자매를 연기한다. 그러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두 사람은 오랫동안 멀어져 있던 영화감독 아버지(스텔란 스카스가드)의 이기심과 자기 몰두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집이라는 공간이 가족을 오랫동안 묶어두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진정한 연결고리는 아니다. 우리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어떤 상황에서도 내 편이 되어주는 누군가 부모든, 형제든, 혹은 배우자든 그 존재 자체다.
5. 피터 휴아르의 날
아이라 잭스 감독
1974년 어느 겨울날, 뉴욕 작가 린다 로젠크란츠—영화에서는 늘 섬세하게 반응하는 배우 레베카 홀로 등장한다—는 사진가 피터 휴아르가 전날 하루 동안 했던 모든 일을 들려주겠다는 말에 귀 기울이며 자리에 앉는다. 그 인터뷰가 아이라 색스의 고요하게 빛나는 작품 ‘피터 휴아르의 날’의 토대가 된다. 벤 위쇼는 일상의 평범함과 예술가 삶의 금이 간 듯한 화려함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이면서도 장난기 넘치는 후자르를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휴아르는 1987년 에이즈 관련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고, 명성은 사후에야 찾아왔다. 감독의 영화는 뛰어난 뉴욕 영화이자, 우리가 사랑하는 수많은 예술이 일상의 주변부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다.
6. 루프맨
데릭 시엔프랜스 감독
최근 몇 년간 미국 문화에서는 ‘남성성의 위기’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정작 그 의미를 명확히 규정한 사람은 거의 없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데릭 시엔프랜스의 이 달콤쌉싸름한 로맨틱 코미디는 그 답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채닝 테이텀은 한때 강도이자 탈옥수였던 제프리 맨체스터를 훌륭하게 연기한다. 그는 새로운 사랑(맑고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커스틴 던스트)과 새로운 가족을 만나며 또 다른 삶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루프맨’은 많은 남성들이 갈망하는 것들—그중에서도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에 관한 이야기다. 한때는 누구나 꿈꿀 수 있던 목표였지만, 영화는 그것이 오늘날 얼마나 손에 닿기 어려운 것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7. 씨너스: 죄인들
라이언 쿠글러 감독
마이클 B. 조던은 ‘스모크’와 ‘스택’이라는 쌍둥이 형제를 연기한다. 1차 세계대전과 시카고에서의 시간을 버텨낸 뒤, 두 사람은 미시시피 델타의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가진 돈을 모아 주크 조인트를 열 계획을 세우고, 개장 첫날 밤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그러나 피를 빠는 세 명의 백인 포크 음악가가 문을 두드리면서 분위기가 급변한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라이언 쿠글러는 음악이 지닌 신비로움, 그리고 음악이 사람들을 갈라놓기도 하고 하나로 묶어내기도 하는 힘을 예민하게 포착한다. ‘씨너스: 죄인들’는 피비리고, 매혹적이며, 때로는 전율을 일으키는 작품이다.
동시에 아련한 여운을 남기는데, 이는 등장인물들이 잠시나마 자유와 연대, 행복의 가능성을 스쳐 본 듯한 감각 때문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손에 닿지 않는 꿈처럼 말이다.
8. 마스터마인드
켈리 라이카트 감독
켈리 라이카트가 연출한 ‘마스터마인드’는 1970년대 매사추세츠를 배경으로, 모든 것을 쉽게 얻고도 여전히 길을 잃은 채 살아가는 한 남자를 그린 ‘거의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다. 조쉬 오코너가 연기하는 ‘J.B.’는 미술학교 중퇴 후 막연한 이유로 값비싼 그림 네 점을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는 아내(알라나 하임)에게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일이 “대부분” 그녀와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이 기울어진 논리는 조용한 웃음을 주면서도 마음을 저미게 한다. 오코너의 은근한 미소가 더해지면, 그가 무엇을 말하든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의 미묘하고도 미끄러지듯 흐르는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고, 관객은 J.B.의 행동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그에게 묘한 연민을 느끼게 된다.
9. 킬 더 자키
루이스 오르테가 감독
아르헨티나 감독 루이스 오르테가가 선보이는 ‘Kill the Jockey’는 늘 술에 취해 살아가는 기수 ‘레모’(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기묘한 네오누아르다.
그는 갱단 보스가 아끼는 경주마와의 사고로 크게 다친 뒤 몸을 숨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레모는 퍼 코트와 눈길을 끄는 붕대 머리장식을 두르고, ‘도로레스’라는 이름의 여성으로 살아가기 시작한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꿈꿔온 모습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관능적이고 눈부시게 스타일리시하며, 때때로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들 만큼 기발하다.
한때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실험적 감각을 되살리는 작품으로, 이런 영화를 여전히 만들어내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다.
10. 원 오브 뎀 데이즈
로렌스 라몬트 감독
주머니 사정이 바닥나기 직전이라면,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원 오브 뎀 데이즈’는 올해 가장 활기차고 가벼운 코미디 가운데 하나로, 키키 파머와 SZA가 LA에서 살아가는 두 청춘을 연기한다.
이들은 형편없는 아파트의 월세 1,500달러를 마련하기 위해 단 하루 동안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급한 마음에 헌혈로 돈을 벌어보려 하지만 결과는 재앙에 가깝다. 옷까지 엉망이 되면서 결국 자선 의류함에서 옷을 꺼내 입게 되고, 그 탓에 하루 종일 촌스러운 형광색 레저웨어 차림으로 다녀야 한다. 우연히 희귀 빈티지 에어 조던을 발견하며 되팔이를 시도하지만 이 계획도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끝내 상황을 헤쳐 나가며, 로렌스 라몬트 감독과 시레타 싱글턴 각본의 이 영화는 보고 나면 세상이 조금 더 괜찮게 느껴지는 작품으로 남는다. 이렇게 기분을 끌어올려주는 영화라면, 우리 모두에게 더 많이 필요하다.
추가로 10편에는 아쉽게 포함되지 못했으나 “추가로 언급할 만한 작품들” (HONORABLE MENTIONS)에 선정된 영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시크릿 에이전트>,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모래시계 표지판 아래 요양소>, <다이, 마이 러브>, <오웰: 2+2=5>, <어느 파리 택배기사의 48시간>, <기차의 꿈>, <클린트 벤틀리 감독>, <어친>, <파더 마더 시스터 브라더>, <천국부터 지옥까지>